장로 임직, 그 무게의 시작점에서 — 절차와 바람 사이
나는 돌아보면 참 많은 예배를 드렸고, 수많은 목회자를 만났고, 장로님들을 섬기며 배웠다. 그리고 나도 이제 장로가 된 지 몇 해를 지났다. 요즘은 후배 교우들이 묻는다. “장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임직은 누가 결정하나요?” “왜 그렇게 엄숙한가요?” 나는 그 물음에 딱 떨어지는 답을 주지 못한다. 교회마다 다르고, 교단마다 차이가 있으며, 하나님이 쓰시는 방식은 또 다르니까. 다만 오늘은, ‘한국 개신교 장로교회’의 현실 안에서 — 공식적인 절차와, 비공식적인 바람 사이를 한 번 걸어가보려 한다.
1. 장로가 되는 길 — 정식 절차를 따라 걷는 믿음의 여정
장로를 세우는 일은 ‘임직’이라는 말로 표현된다. 직분을 맡겨 세운다는 뜻이다. ‘정식 등록된 교회’에서 임직은 단순한 호칭이 아닌, 교회법과 헌법이 보장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행위다.
✔ 첫째, 공동체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장로 임직은 단순히 "오랫동안 교회 다녔으니 되겠지" 하는 수준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세례교인, 그중에서도 오랜 기간 교회를 섬긴 자가 대상이다. 나의 경우엔 15년이 넘는 출석과 구역장, 남선교회장, 집사 역할 등을 해오다 보니 어느새 당회의 부름을 받게 되었다.
당회가 중심이 되어 후보자를 추천한다. 후보자는 단수일 수도 있고 복수일 수도 있다. 이후 교인들의 투표, 즉 공동의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이게 그 유명한 ‘장로 투표’다.
✔ 둘째, 노회(교단의 중간 조직)의 인준이 필요하다
투표가 끝났다고 바로 장로가 되는 건 아니다. 노회에 청원하고, 노회는 서류와 절차를 점검한다. 이 후보가 교리적으로 문제가 없고, 헌법과 질서를 어기지 않았는지를 검토한다. 마치 대법원의 확정 판결 같기도 하다.
✔ 셋째, 임직식이라는 ‘은혜의 통로’를 거쳐야 한다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드디어 ‘장로 임직식’이 열린다. 찬양과 예배, 안수와 선언. 눈물이 흐르고, 손이 얹히고, 교회는 뜨겁게 기도한다. 그날, 나는 무게를 느꼈다. 명예보다 책임이 컸다.
2. 장로가 되면, 달라지는 세 가지
- 말의 무게가 생긴다.
내가 예전엔 편하게 농담하던 자리에서, 이제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장로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요’로 남는다. 부담스럽지만, 동시에 자정작용이 되기도 한다. - 사람의 아픔이 눈에 밟힌다.
기쁨보다 아픔을 가까이 보게 된다. 장례식, 병원, 중보기도 요청… 이런 일이 많아진다. 교회는 회복의 공동체지만, 고통의 현장이기도 하니까. - 기도가 깊어진다.
이건 무슨 자동반사처럼 따라오는 변화다. 교회를 위해 기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자리에 서게 되니까. 가슴에 부담을 안고 기도하게 된다.
3. 나는 이런 장로가 있었으면 좋겠다 — 바람, 혹은 바램
나는 아직도 어떤 장로가 되어야 할지 고민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장로로 추천하고 싶다.
-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예수님을 드러내는 사람
- "예"와 "아니오"가 분명한 사람
- 젊은이들과 눈높이를 맞출 줄 아는 사람
- 권위보다 사랑으로 권면할 줄 아는 사람
- 말보다 먼저 섬기는 사람
특히 요즘 교회는 세대 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어르신 중심’에서 ‘다음세대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도기 속에서, 장로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브리지. 시대와 교회를 잇는 ‘중보자’여야 한다.
4. 그러나, 너무 완벽하진 않아도 됩니다
우리가 뽑는 건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실수도 하고, 연약함도 있지만, 회개하고,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르려는 사람이면 된다. 장로는 인간이 아니라, 부르심 앞에 “네”라고 대답한 그리스도인이다. 그 출발이면 충분하다.
5. 마무리하며
교회는 사람으로 세워진다. 그러나 궁극적으론 하나님의 뜻으로 세워진다. 장로를 세우는 모든 과정 속에 하나님의 섭리가 있다. 오늘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언젠가 장로 후보가 되어 “하나님이 저를 부르셨습니다”라고 고백할 날을 소망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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